일상

결자해지

LUCI031 2024. 12. 19. 22:33
오늘의 BGM <배드채널 - 옷장정리>, 나도 정리를 할 시간
오늘의 사진, 정신없이 달리다가 잠시 뒤를 돌아본 순간

 

 겨울이 돌아왔다. 작년 이맘때 쯤에는 결혼식장을 걷고 있었는데,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취업 교육을 받고 있던 때긴 하지만 취업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으니, '과연 지금 이래도 되는걸까' 싶은 생각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나에게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금방 취업도 할거고 음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그만큼 내게 과분하고, 행복한 현재의 삶에 감사한 마음이다.
 
 저번 글 이후로 또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째 매번 시작이 비슷하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나라가 소란스러웠다. 눈도 정말 근 몇년 중 가장 많이 온 듯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온 나라가 한 바퀴 뒤집어졌다가 다시 돌아온(?) 일도 있었다. 뭐, 뭐든 순리대로 흘러가겠지 싶다.
 
 오늘 글의 제목은 결자해지(結者解之)다.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은 (또 다시 돌아온) 연말 기념으로 그간 내가 최근 벌였던 일(?)들, 그리고 그 일들을 어떻게 해결했는 지에 대해 공유하고 싶다. 사는 얘기도 좀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10월 초, 우여곡절 끝에 첫번째 프로젝트가 끝나고, 텀도 없이 바로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정자역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정자역은 처가댁도 있고, 아내와 데이트도 많이 했던 곳이라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게다가 점심시간에는 근처 탄천을 걸을 수 있어서 일상에 쉼표가 되어 주기도 하고, 성수역에 있는 본사보다 거리도 30분 정도 더 가까워 한껏 편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게 된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광역버스를 타고 가는 덕분에 무조건 앉아서 가게 되어 방통대 시험 준비도 편하게 하고, 하여튼 전보다 삶의 질이 수직상승한 기분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또 다른 상사 분들, 그리고 신입사원 분과 함께하게 되었는데, 나는 수출쪽 컨설팅과 개발을 맡게 되었다. 나는 나름 지난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것 저것 많은 것을 배웠고, 이번엔 수출 쪽만 진행하게 되니 자신감이 차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 수입 쪽은 이미 몇달 전에 먼저 투입된 상태였고, 나는 상사 분과 나중에 투입되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업계는 특성상 대기업과 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번 기업은 저번에 일했던 곳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내가 들어간 프로젝트는 보안이 굉장히 중요한 분야여서 보안 프로그램 설치는 물론이고 매일마다 검색대를 통과해야하는 빡센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첫날부터 쉽지 않았다. 분명 사전에 꼼꼼하게 체크하고 신청한 서류들에는 오류가 있었고, 프로그램 설치가 되지 않아 몇시간 동안 문 앞에서 쩔쩔매며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으며, 심지어 겨우 절차를 통과한 후 배정된 자리에 앉아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설치하려고 보니 윈도우 버전도 잘못된 것이었다. 시작도 전에 진을 잔뜩 빼게 되었다. 그러나 진짜 난관은 따로 있었으니...
 

가라앉는 배

눈물이 났어요

 
 처음 투입될 때 상황은 1회성이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나의 '진짜 실력'이었다. 분명 나는 교육 때도 상위권이었고, 일머리도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지난번 프로젝트 때 많이 혼나면서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상사 분과 함께 일하니 내 존재는 그냥 회사의 돈먹는 하마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제는 지난 번처럼 '처음이니까'라고 얘기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번에 같이 일하게 된 상사 분은 지난 해 우리 회사의 '우수사원'으로서, 워낙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신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나도 음악을 할 때는 내가 분명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고나서부터 구멍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업무를 마치고 보고를 하거나 질문을 할 때마다 역으로 상사 분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걸 왜 그렇게 했냐', '이게 맞는 거냐', '이거는 뭐랑 연결되는 거냐' 그리 물을 때마다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가져간 결과물에도 문제가 많았다. 결국 상사 분이 내게 맡기신 일 중에 7~80% 정도는 결국 다시 상사 분의 손을 거쳐야 했고, 그게 반복되자 특단의 조치로 내게 주어진 업무를 전부 회수하게 되었다. (지난번 프로젝트 데자뷔) 할 일은 많은데 내가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을 고치려면 손이 두 번 가게 되니까 어쩔 수 없었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는데, 주로 혼난 이유는 '프로세스를 면밀히 살피지 않는다', '일을 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너무 급하게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 든다'가 주를 이뤘다.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신입사원이니까 모르는 거고, 일을 잘 모르니 의지를 불태우기 어려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
 
 

본질에 대하여

본질이란 무엇일까

 
 그렇게 거듭되는 실수와 지적에 내 인내심은 한계에 달하고 있었고, 결국 일이 터졌다. 어느 날 나는 상사 분의 지적에 마음이 상하고 말았고, 기분 나쁜 티를 내고 말았다. 다음날, 여전히 꿍한 나를 보며 상사 분이 면담을 제안하셨다.
 
 많은 얘기가 오갔다. 사실 나도 전날 집에 가서 아내와 한참을 얘기하며 마음을 정리한 상태라 마음 속의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나 또한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을 대충하려는게 아니라는 점 등 열정을 내비치니 상사 분도 이해를 해주셨다. (혼나긴 했지만) 그리고 상사 분은 감사하게도 내게 본인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 프로그램을 분석하는 방법, 그리고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는 지 등 자세한 사항들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동시에 업무와 프로세스의 '본질'을 보라고 말씀하셨는데, '본질'이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업무를 대했는지 돌아보게 됐다. 사실 나는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막상 입사하고 나서는 그냥 알바생이 시간 떼우는 것처럼 순간 순간에만 집중했던 게 떠올랐다. 이전에 진심으로 음악을 해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이 일도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이고, 앞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 커리어로 이어가야 할 일인데, 왜 음악을 할 때처럼 진심으로 하지 않았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당시 한국 힙합 팬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더 드래프트'라는 신인/언더 아티스트 인터뷰 컨텐츠의 팀장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음악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관리자 역할로 참여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에 더해 방통대 공부까지 하고 있으니, 사실상 나는 회사가 끝나고 집에 가서도 매일 몇 시간씩은 꾸준히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거다. 회사에서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업무에 집중도 잘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본질은 이것이다. '왜 퇴근하고도 일을 하려고 드는 것일까?'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음악적 성취에 대한 미련'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며 음악을 관둔 뒤, 나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쓴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만들면서 생긴 '창작욕'을 대신할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개인 블로그야 뭐 내가 원할 때 쓰니 괜찮았지만, 문제는 매거진이었다. 에디터로 활동하며 즐겁고 보람찬 시간도 분명 많았으나, 진짜 속내는 사실 '음악할 때 이루지 못했던 성과'를 이뤄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인정욕구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분명 힙합 음악을 오래 접했고, 팬이긴 하지만 그걸 주제로 글을 쓸 정도로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멤버들의 열정을 보며 더욱 그런 마음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에디터 일을 시작한 만큼 매달 꾸준히 글을 썼고, 나중엔 요령도 생기고 나름 내 생각도 글로 풀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여전히 마음 한켠으로 '취미'보다는 '업무'적인 부담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 부담의 정체가 바로 '음악적 성취에 대한 미련'이었던 것이다. '매거진 에디터로서 힙합씬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 그 어긋난 욕심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일련의 일들을 아내에게 전달하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 퇴근하면 집에서 쉬는거잖아". 웃길 정도로 당연한 말이었다. 내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일을 벌여가며 휴식 시간을 빼앗아 놓고 막상 본질적인 삶은 소홀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더이상 상사 분에게 혼나고 싶지 않았고, '본질'적인 업무에도 소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방통대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중단하게 되었다. 하던 일이 있고 책임이 있으니 한번에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을 정리하고 평화로운 삶을 맛보며 다시 나를 돌아보는 중이다. 업무적으로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상사 분과 진득한 면담 끝에 다시 실력을 쌓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고, 말씀대로 '본질'에 집중하며 이전보다 진중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접근해보는 중이다. 이전에는 곧바로 질문을 했을 사안도 이제는 나 홀로 머릿속으로 문답을 해가며 답을 한참 찾아본 뒤에 질문을 한다. 웃기는 점은 그렇게 찾다보면 대부분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왜 자꾸 화내셨는 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여튼, '본질'을 성찰하는 능력을 더욱 길러서 앞으로는 더욱 '제대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첫 차를 갖게 되었습니다

곱다 고와

 
 자, 무거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가벼운 일상 얘기다. 나는 10년 전에 수능을 친 후 대학에 가기 전에 면허를 땄다. (무려 1종) 그러나 20살 짜리가 운전할 일은 많지 않았다. 아버지 차는 1종 트럭이었고, 딱히 내가 운전을 해야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장롱 속으로 들어간 면허는 2020년,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아버지가 소형 SUV인 셀토스로 차를 변경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나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와 데이트를 한다거나 촬영을 할 때 아버지 차를 이용하게 되며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은 녹슬은 내 운전 감각을 되돌리기 위해 연수를 먼저 하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교습 경력이 꽤 되는 중년의 남자 선생님과 연수를 하게 되었는데, 그 분의 주옥같은 멘트들이 기억난다. '운전은 흐름이다', '다른 차들의 속도에 맞춰서 가라', '자꾸 인코스로 돌지 마라' 등 지금 시점에도 도움이 되는 말들을 해주셨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 한가지 있었으니...
 
 그렇게 연수를 끝마치고 운전대를 잡은 지 두번째 쯤이었나, 동생 중 한 녀석이 작업실 이사를 간대서 도와주러 가게 되었다. 짐을 얼추 다 실고 차를 돌려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드르륵' 소리가 났다. 처음엔 무슨 일이 난 지도 몰랐다. 이상함을 느끼고 차 밖으로 나오니 앞 범퍼의 오른쪽 부분이 북 찢어져 있었다. 당연히 운전 미숙이지만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전방 센서가 울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전방 센서를 끄는 버튼이 있는데 내가 무슨 버튼인 지도 모르고 그걸 꺼놨던 것이었다. 뼈아픈 첫 사고 이후, 이후로도 나는 차를 박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유독 주차할 때만 크게 작게 차에 상처(?)를 입히게 되었다. 이른바 '주차 트라우마' 아닐까 싶다.
 

선생님 좀만 더 가르쳐주시기 그랬어요 (남탓)

 
 이후로도 차를 자주 탔지만 나중에 아버지가 차없이 출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회사를 옮기게 된 후로는 사용량이 퍽 줄게 되었다. 나름 최근에는 면허 갱신도 하고, 급하게 필요할 때나 명절에는 아버지 차를 간간이 이용하긴 했지만 당장에 내 차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대뜸 '결혼했으니까 차는 있어야지'하며 얘기를 꺼내셨다. 나는 아직 신입사원이고 차가 돈먹는 하마인걸 알고 있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 마련을 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지원을 약속하셨다. 당연히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마냥 기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지원은 해주시지만 우리도 어느 정도는 부담을 해야 했고 (이조차도 부담스러웠다) '유지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아버지가 우리에게 언제 차를 살 건지 재촉하는 웃기는 그림이 되버렸다. 
 
 그래도 고민 끝에 구매 결심을 하게 됐고, 그 때부터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전기차를 사고 싶었는데 금액도 애매한데다 벤츠 전기차 사고 이후라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하고, 짐도 많이 들어가고 차고가 높은게 좋아 SUV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좁히다 보니 어느새 아버지 차와 같은 '셀토스'로 눈이 갔다. 그리고 악마의 장난같은 선택지들 끝에 우리에게 맞는 옵션을 고르게 되었고, 거래할 곳을 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아버지가 차를 어디서 샀는지 물어봤고, 그리로 가서 상담을 한 후 당일날 겁도 없이 계약금을 걸어버리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첫째, 사실 나는 아버지가 차를 산 대리점과 다른 대리점으로 갔다. 둘째, 알고보니 계약은 바로 취소할 수 있긴 하지만 취소 후 다시 재계약을 하려면 몇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나는 어떤 딜러에게 가야할 지, 딜러마다 가격 할인이 더 되고 안되고 차이가 있는지, 지점과 대리점이 어떤 차이가 있는 지 등을 전혀 알아보지도 않았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사실 마음 속의 갈등 때문이었다. 결심이 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마음 속에는 '지금 이걸 사는게 맞나'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평소와는 달리 소극적으로 서치를 하게 되었고, 네이버 카페 같은 곳만 가도 다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도 알아보지 않았다. 애써 외면했던 문제들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우리를 덮쳤다.
 
 그렇게 벌어진 총제적 난국에 아내의 지적이 이어졌고, 부랴부랴 다시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사를 해보니 얼떨결에 우리가 적당히 잘 구매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거금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인데 정말 겁도 없지 않았나 싶다. 역시 '본질'을 성찰하는 일은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차는 잘 나왔고, 유지비는 비싸긴 하지만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고, 내 차가 주는 편리함과 기쁨 또한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름 첫 차지만 아버지 또한 셀토스였기에 '새로운 경험'보다는 '업그레이드'에 가까운 기분으로 잘 이용하는 중이다. 
 
여담으로, 차 구매 방법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우리를 보며 딜러분이 우리보고 현명하게 잘 살고 있다며 칭찬을 해주셔서 부끄러우면서도 좋았다. 차가 출고하는 날에는 다른 분들에게 잘 안해주는 거라며 우리에게 출고 기념 케이크를 챙겨주시기도 했는데, 참 감사할 따름이다.
 

첫 차 운전기

키도 업그레이드 됐다

 
 그래서 운전한 느낌이 어떻냐고 묻는다면, 내 입장에서는 '옆그레이드'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셀토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고, 아버지 차를 5년은 몰았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계기판이라던지, 다이얼 식 기어가 킹받긴(?) 하지만, 나름 잘 적응하고 있다. 
 
약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벌써 에피소드가 몇 개 쌓였는데, 한 두개 풀어볼까 한다.
 
 사실 아버지가 차를 지원해주신 데는 아내를 위함도 있다. 아내는 지금 사진 쪽으로 커리어를 준비하고 있는데, 사실 촬영을 다니다보면 차를 운전해야 할 일이 많다. 여태까지는 촬영 인원 차에 얻어 타거나 대중교통을 열심히 이용했는데, 그것도 당연히 한계가 있기에 나보단 오히려 아내가 차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아내가 면허딸 돈도 지원해줬는데, 이번에 차를 구매하며 홀라당 까먹게 되었다. 덕분에 막상 차는 나왔지만 운전은 나만 하고 있다는 웃픈 사실. (그렇지만 면허를 딴 후에도 내가 운전할 것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어쨌든 차를 샀으니 출퇴근 때 차로 이동을 몇 번 해보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다. 조금 웃기는 말이지만 나는 '운전' 경력은 늘었을 지언정 '차량 관리'에 대한 지식은 상당히 모자르다. 지금까지 운전한 차가 '내 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이로 인한 애로사항이 꽤 발생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장소는 주차가 불가능하고, 정자역도 번화가라 주차비가 비싸다. 하지만 정자역은 차를 끌고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 정말 많이 다녔던 곳이고, 대충 어디쯤에 주차해야될 지 감이 왔다. 그래서 차를 가지고 간 첫날, 나는 당당하게 인적이 드문 도로변에 차를 두고 출근을 했다. 그 곳은 나 말고도 버스나 화물차 등, 대형 차들도 주차를 해놓는 곳이었다. 운전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주차하는 곳이면 당연히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렇게 그 날도 상사 분께 혼나가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자가 왔다. '단속 알림'이었다.
 
 업무 중에 자리를 비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불안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부랴부랴 검색을 해보니 '카카오 T'로 보면 주차가 가능한 곳을 보거나 정기권, 일일권 등을 살 수 있단 걸 알게 되었다. '진작에 알아볼 걸' 싶었지만, 어쨌든 차를 빨리 옮겨야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고, 산책을 가는 길에 차로 가서 후다닥 주차가 가능한 곳으로 위치를 옮겨놓고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아까 얘기한 자리에서 버스 기사님이 차량 정비를 하고 계신걸 보게 되었다. 평소 나같으면 진작에 지나쳤지만 왠지 여기에다가 주차를 한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넉살 좋은 척 여쭤보니 재밌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사님들이 여기에 차를 대는 이유는 둘 중에 하나라고 한다. '주차비보다 벌금이 싸니까 그냥 대는 경우'가 있고, '알림이 오면 차를 옮길 수 있는 곳에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는데, 여쭤보길 잘했다 싶었다.
 
 이 후로는 차를 끌고 가는 날이면 주차 가능한 곳에다가 잘 대놓고 있지만, 요즘엔 그조차 잘 안하고 있다. 왜냐고? 얼마 전에 금요일날 차를 끌고 가게 되었는데, 안막히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무려 두시간 걸려 갔기 때문이다. 중간에 휴게소까지 들리기도 하고,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그 외에도 최근에 폭설이 온 후 차에 잔뜩 쌓인 눈을 치워보기도 하고, 벌써 에피소드가 산더미다. 그래도 앞으로 우리 가족이 많은 추억을 쌓아갈 차니까, 이런 경험들 또한 언젠가 도움이...되겠지?

새 차가 한달만에 초밥이 된 것에 대하여

 
 +) 그와중에 내 차의 재밌는 기능을 알게 되었는데, 무려 원격으로 차의 360도 사진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어마무시하다.

미래사회! 기술 최고!

 

기타 자투리 소식

이하 소식들은 전하고는 싶지만 하나의 주제로 잡아서 쓰기엔 할 말이 부족한 소식들.
 

  1. 2017년 전역 후 파마를 한 이후로 거의 7년 만에 파마를 했다. 빈티지펌이라는 멋진 이름인데, 막상 하고 보니 아따맘마에 나오는 동동이같다. 적응 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2. 우리 회사는 연식이 있는 회사라 가끔 뭔가 클래식(?)한 태스크가 주어질 때가 이는데, 이번에는 신입사원들에게 자기소개 영상을 만들어오라는 임무가 내려졌다. 그래서 나도 소싯적 경험을 살려 열심히 영상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물론 '본질'에서 벗어나면 안되겠지만, 취미스럽게 영상을 편집하거나 찍는 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최근 주변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와르르 들려온다. 내년에만 거의 5~6팀 정도 결혼을 한다는데, 뭔가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든다. 다들 본인들의 행복을 쫓아갔으면 한다.
  4. 뭔가 음악을 계속 만들려고 하는데, 어떤 음악을 들려줄 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일단 컴퓨터는 포맷해놨으니, 다시 하나씩 쌓아가봐야겠다.

매듭

실처럼 이어진 길

 
 올해도 정말 바쁘고 바쁜 한 해였다. 취업부터 시작해서 한달 여만에 이직, 회사 워크샵, 두 번의 방통대 학기, 매거진과 프로젝트, 집 재계약, 음악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늘여놓으니 만리장성 부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일들에 매듭을 지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을 벌릴 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본질'을 보며 더욱 멋진 삶을 살아가야겠다.

 
삶은 계속된다. 길고 긴 삶을 살아가며 또 어떤 실을 풀고, 매듭을 지어갈 지 모른다. 때로는 욕심을 내서 실을 길게 늘여놨다가 제멋대로 엉켜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엉킨 실타래를 천천히 풀어가다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리본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기를, 아름다운 매듭을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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