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 합니다!일상 2023. 10. 7. 14:55
저번 글로부터 10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정신없는 여름을 지나 추석 연휴까지 벌써 훌쩍 가버렸다. 6월 말에 시작한 취업 교육도 벌써 반이나 완료했고, 자격증도 따고, 토익 시험도 치렀다. 6월에는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여행도 다녀왔는데, 글로 정리를 해보고 싶지만 워낙 바빠서 아직 손도 못 댔다. 나중에 일본 여행 특집으로 따로 다뤄봐야겠다. 아, 저번에 얘기했던 힙합 매거진 연재도 WAVE란 이름으로 계속하는 중이다. 조만간 10월호도 나올 예정이니 많관부! (9월호 링크 https://hiphople.com/kboard/26098515)
그리고 또 소식 하나, 인생 최대의 중대사를 진행하게 되었으니, 바로 '결혼식'이다. 사실 이미 아내와 백년가약을 맺고 함께 산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는 한 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식은 12월 2일 오후 2시고, 선정릉역 근처의 식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많이들 오셔서 축하해주시고, 그간 살았던 얘기들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결혼식 소식도 알릴 겸, 그간 근황도 공유할 겸 글을 써본다.
SYNC Academy, 제련의 시간
꿈과 같은 일본 여행이 끝나고, 하루 정도 여독을 푼 후에 곧바로 교육이 시작됐다. 내가 현재 듣고 있는 교육은 프로그래밍 교육인데,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재무, 생산, 판매 등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ERP)을 만드는 법에 대해 배운다. 워낙 생소했지만 장인어른의 추천 덕에 몇 개월의 준비를 거쳐 교육을 듣게 되었고, 벌써 교육 기간이 반이나 지났다. 반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지고, 그새 시험도 3번이나 쳤다. 과정이 진행될수록 적응을 하고 재미도 붙이는 중이다. 나름 성적도 잘 나오고 하는 걸 보면... 천직일지도?
처음에 교육을 듣기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교육 초반에는 유독 밥이 잘 안 들어갔다. 당시엔 그냥 식사량이 줄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긴장감이 풀리는 데 몇 주 정도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아마 그만큼 준비 기간 때 긴장을 해가며 준비를 한 여파가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이젠 적응을 해서 학원 주변에 미슐랭도 받은 우육면집도 가고 잘 먹고 다닌다!
요즘 내 하루는 일명 '갓생'이다. 아침 7시 20분쯤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면 아내가 건강한 아침을 챙겨준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응원을 들으며 집을 나서 곧바로 출근길에 오른다. 출근은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가는 도중에 토익 공부를 한다. 예전엔 단어를 열심히 외웠는데,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할 것 같아 리스닝 공부와 리딩 공부를 번갈아가며 하는 중이다. 책이 무거운 거만 빼면 꽤 괜찮다. 그렇게 가끔은 졸아가며 공부를 하고, 종각에 있는 강의장에 도착하면 저녁 6시 반까지 쭉 수업을 한다. 나름 실습도 많이 하고 해서 그렇게 엄청 지겹고 하진 않은 것 같다. 중간에 점심도 먹고 공부도 하고 하다 보면 어느새 집에 갈 시간이 된다. 나는 우리 반 공식(?) 칼퇴 담당이라 스터디 등이 없으면 정말 땡 하자마자 집에 가는데, 퇴근길에도 토익 공부를 한다. 그리고 화, 목은 집에 가자마자 얼른 다시 나와 헬스장으로 간다. 이때쯤엔 정말 녹초가 되는데, 그래도 씻고 나서 어떻게 토익 공부도 좀 하고, 쉬기도 하다가 못내 잠에 든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단 것이니까 만족하는 거로!
사람, 사람, 사람
최근에 교육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추천을 받아 PM(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됐다. 사실 PM이 될 것을 예상하고 있긴 했던 터라 일명 '파워 J' 기질을 발휘해 여러 계획들을 미리 짜놓고 있긴 했는데, 그래도 누군가를 이끄는 입장이 됐다는 사실에 많은 책임감과 부담이 느껴졌다. 3개월 간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젝트라 정말이지 할 일도 많고, 정해야 할 것도 많다. 마치 기초부터 시작해서 탑을 쌓아 올리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안심이 되는 건, 좋은 팀원들과 함께 한다는 점이다! 우리 반은 현재 24명이라 8명씩 3조가 되었는데, 초반 분위기 조성이 많이 힘들었다. 연이은 시험에 다들 지쳐있고 긴장이 풀린 상태라 어수선한 상태여서 분위기를 잡아야 했다. 우선 팀원들과 개인 면담을 진행했다. 친했던 친구도 있고 어색했던 친구도 있었는데, 면담을 통해 뭔가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되고, 각자에 맞는 업무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후엔 팀원들의 성향이나 역량에 따라 업무를 배분하고, 매일매일 각자에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며 프로젝트를 헤쳐나가는 중이다. 이래저래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 따라와 주는 팀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최근에 'THE ONE THING'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이 바로 '하루에 단 한 가지 일만 하라'는 것이다. 이 방식을 팀원들에게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조는 매일 아침 '오늘의 ONE THING'을 정하고, 집에 갈 때쯤 'ONE THING'을 달성했는지 확인을 해본다. 단순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확실하다! 만약 여러분도 슬럼프를 겪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고 활용해 보면 좋겠다.
우리 조는 순탄하게 진행이 되고 있지만, 사실 다른 조들은 방향성이나 관계 때문에 각각의 어려움이 있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그래도 다들 어른인지라 어떻게 잘 마무리를 한 것 같다.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바가 많다. 나도 당사자는 아니지만 중간에 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게 되고, 집에 와서 후회도 꽤 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 지라 이런 과정들이 아직은 익숙지 않은 듯하다. 앞으로 나 또한 어떤 일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이고 하니 좀 더 잘 대처하는 법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
교육 안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회계 쪽에서 일하다 온 사람, 전공자, 의외의 능력자도 있고, 벌써 취업을 한 친구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취업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열망이 마냥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건 아닌 것 같다. 나의 절박함과 별개로 마음을 크게 먹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내 이득만 챙기고,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살아간다면 결국 가장 괴로워지는 건 자기 자신이니까. 우선 나부터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운동
7월부터 이번에는 정말 꾸준히 운동을 하는 중이다. 운동도 이젠 정말 애증이다. 이전에 오래 헬스를 했던 지라, 요즘엔 뭔가 운동을 하고 있어도 새로운 즐거움이 느껴지진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내 몸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중독적인 일이다. 어느 날은 '별 차이 없는 거 같은데?' 싶다가도, 또 어느 날 보면 옷 태나 근육이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져있다. 최근엔 나보단 아내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극한의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라 거기서 가장 자극을 많이 받는 것 같다.근데 또 최근에 민망(?)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벤치프레스를 하는 중이었는데, 트레이너 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내가 불안정한 자세로 운동하는 게 신경 쓰이셨는지 이것저것 물으시더니 자세를 교정해 주고 가셨다. 다만 교정 내용 중에 무게를 거의 20kg를 덜어내라는 조언을 받은 게 꽤나 민망했다. 더 민망했던 건 이전에 운동을 얼마나 하셨냐고 물으시길래 헬스를 3~4년 정도 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대답하는 나 자신이 그렇게 우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엉뚱한 자세로 지금 몸에 맞지도 않는 무게를 무리하게 치고 있었으니, 이야말로 허세가 아니겠는가. 운동도 오래 했다면서 벤치프레스 자세가 얼마나 엉망이었으면 교정을 해주고 가셨을까... 그간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싶다. 다음부터는 그날 할 운동의 자세라도 공부해 놓고 가야겠다. 역시 겸손한 게 최고.
Here we go again, 취준
옛날에 학교에서 듣던 수업과는 달리 지금 듣는 교육은 아주 명확한 목적이 있다. 바로 '취업'. 이게 근데 가끔 훅 들어올 때가 있다. 취업한 전 기수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러 올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저번 취준이 워낙 어렵게 진행된 지라 그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도 다른 이들의 몇 배는 되는 것 같다. 게다가 교육을 같이 듣고 있던 친구 한 명이 조기 취업을 하게 됐는데, 우리 반에서 1등을 하던 친구라 축하하는 마음도 컸지만 반대로 굉장히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이 친구가 잘해서 취업이 된 것이고, 이제 갓 이 분야에 진입한 내가 좌절감을 느끼고 할 것도 없지만, 뭔가... 당장 어제는 같이 밥을 먹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휙 멀리 날아간 기분이랄까? 아무튼... 열심히 할 또 하나의 이유겠지.올 추석에 시간을 내서 이력서랑 자소서를 다시 써보는데, 그래도 지난번의 경험이 발판이 된 탓인지, 나름 나쁘지 않게 글이 써지는 것 같다. 교육 과정에서 첨삭도 지원해 주고, 이번엔 준비하는 분야가 나름 특수(?)한 분야인지라 더욱 준비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준은 어렵다. 특히 심적으로 더 그런 것 같은데,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 음악을 했던 기억도 점점 흐릿해져 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아직까지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한 일이라 그런지, 자소서와 이력서 여기저기에 아직도 흔적이 남아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올 초에 잃었던 자존감을 조금씩 다시 채워가는 재미를 느낀다.
나, 너, 우리
아내와 함께 살게 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교육 과정도 하나 끝마치고, 취준도 하고, 취업을 했다가 2주 만에 퇴사하고, 한참 힘들어하다가 코로나도 걸리고, 결국에 다시 일어서서 새롭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이제는 변함없이 내 곁에 아내가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이렇게 둘이서는 행복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인사드릴 기회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마음은 충분히 부부이지만, 또 주변인들 앞에서 부부임을 선포하는 것 또한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 중에 하나가 아닐까? 덕분에 교육과정과 병행하는 게 쉽지 않긴 하지만, 열심히 결혼식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사람이 내 동반자입니다'라고 선포하는 거니까!
식 준비는 정말이지 쉽지 않다. 흔히들 말하는 '스드메'부터 해서, 양가 부모님, 우리 자신, 주변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될 부분이 정말 많다. 교육을 듣는 나를 배려해 아내가 주도적으로 준비를 해주고 있는데, 안심이 되는 동시에 걱정도 된다. 다이어트나 취업 준비도 자신도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더 결혼식이 성공적으로 잘 진행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큰 기쁨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반지를 맞추는 과정도 나름 재밌었다. 반지를 맞추기로 한 날, 청담에서 시작해서 여기저기 다니며 알아보다가 종로에 있는 한 가게에서 결심이 섰고, 계약을 하려는데 직원 분이 '반지에 들어갈 문구'를 알려달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넣을 수 있는 글자 수가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아내와 나 둘 다 평범한 걸 싫어해서 더욱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말씀 내용에서 힌트(?)를 얻게 되었다. 목사님도 인터넷에서 보셨다고 하는데, 'Ubuntu'라는 단어였다.
내용은 이와 같다. 어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반투족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근처 나무에다가 과일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게 되는 게임이었다.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함께 나무에 도착했고, 다같이 과일을 나눠 먹었다. 인류학자는 의문이 들어 "한 명이 먼저 뛰어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갔지?"하고 물었다. 이 물음에 아이들은 " Ubuntu! "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Ubuntu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러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말이지만, 특히 부부 사이에서도 중요하게 적용하는 멋진 말인 것 같아 반지에 Ubuntu를 새기게 되었다. 평생을 함께 하게 된 만큼, 나 이전에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후회 없는 선택은 없어
최근에 또 매번 생일을 챙기는 동생들과 만났는데, 뭔가 저번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이 친구들과는 함께 음악을 했던 터라 음악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동생들이 과거에 내가 한 결정과 소감을 참고했으면 해서 내가 음악을 했을 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 이런 식의 얘기를 계속했다. 근데 한 동생이 잠잠히 내 얘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형의 과거보다 현재의 형이 궁금해"라는 것이었다. 아마 다른 동생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머리가 띵했다. 이 친구들이 들었으면 했다는 얘기는 사실 그저 내 과거의 결정에 대한 넋두리였을 뿐이었다. 그걸 잠자코 듣고만 있던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주변에 늘 얘기하고 다녔던 '난 음악 관둔거 후회 안 해'란 말은 나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그래, 어떻게 이별이 아름답기만 할까. 아쉬운 만큼 울고 싶고, 분하기도 한게 이별이겠지. 괜찮은 척 거짓말하는 것도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했던 음악에 대한 예의가 아닐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동생들을 볼 때마다 우는 소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생들 말마따나 과거의 나는 예의있게 보내주고, 이젠 다시 미래를 향해 달리는 나로 살아갈 때다. 이젠 인생의 동반자도 있고, 또 다른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고 있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내게 음악 외에 다른 곳에도 재능이 있다니! 누군가는 평생을 살면서도 한 번을 마주치기 어려운 그런 재능을 몇 번씩이나 발견한 나는 행운아다. 이번엔 이 행운을 멋지게 갈고닦아, 가족들과 함께 반짝이는 삶을 살아봐야겠다.
+) 브런치에서도 동시 연재중!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년 만에 개발자 취업, 1달만에 (또) 퇴사? (4) 2024.03.02 결혼식 후기.txt (4) 2023.12.31 일어나서, 다시 걷기 (0) 2023.06.17 2주만에 퇴사한 것에 대하여 (2) 2023.03.13 취업, 했습니다만 (0) 202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