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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으로, 내려가기일상 2022. 2. 7. 23:29
오늘의 BGM - 이젠 내 삶의 에센셜 Lofi Radio 오늘의 대표사진은 내 작은 취미. 인스타에 좀 더 많이 있다. 음악생활을 정리한다 선언하고 벌써 한달이 지난 것 같다.
바쁘게 지냈다. 작업실에서 짐도 정리하고, 집 정리도 하고, 공부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간에는 설날에 여자친구와 1000일 기념일 등, 배는 정신 없던 것 같다.
생각 상자같던 작업실을 나가던 날. 여기서 보낸 시간이 가치있는 시간이었길. 아 저번에 그 42서울이라는 부트캠프는 지원 실패했다. 선착순으로 지원하는 거라 애당초 큰 의미를 둔 건 아녔지만... 굵직한 목표 하나가 사라졌으니 자연스럽게 플랜 B인 독학으로 목표를 변경하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 및 인터넷에 조언을 얻는 등 엎치락 뒤치락하며 열심히 계획을 수립중이다.
새 취미는 집안일
내 인생 최악의 시트지. 진짜 정신 나가는 줄 알았다. 집에 돌아와 방 하나를 작업실(or 공부방)로 만들었다. 원래 작업실에 있던 물건들 중에 장비는 팔고 (사실 여전히 몇개는 파는 중이다) 맥북이나 모니터, 조명같은 것들은 그대로 가져와 세팅해놨다. 뭔 바람이 분건지 재미가 들린 건지, 그 이후로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열심히 집안일을 하는 중이다. 위에 사진같이 시트지도 직접 떼고 (3~4일 동안 죽도록 고생했다) 벽지도 아빠랑 같이 붙이고. 작업실을 시작으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새로운 기쁨을 깨닫는 중이다. 요리도 하고 장도 보고, 쿠팡에서 생활 용품, 세제 같은 것도 사고 나니 주부가 따로 없다.
물론 청소만 하다 하루가 간 적도 있고, 뭣도 모르고 맨손에 세제니 물이니 계속 묻혔다가 주부습진에 걸리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이 있었다. 이 집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초보 주부인 나에게 조금 벅찬 감이 있다. 청소할 구역도 많고, 대충하자니 성미에 안맞아 매일 매일 골머리를 앓으며 구석 구석 청소중이다.*누나가 이 소식을 듣고는 블로그에 비포 에프터를 올리라고 했는데, 양이 너무 방대할 것 같아서 안되겠다...다음 주부 라이프에서 시도해보는 거로.
자존감 바닥
어느 날은 저녁에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빠와 툭툭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해버렸다. 그리고 몇몇 말들에 나도 모르게 마음을 크게 다쳤고, 그 사이로 우울함이 밀려들어왔다. 과거에는 가끔 가다 이런 식으로 싸워도 항상 음악이라는 꿈을 착실히 쫓고 있었기에 금방 털어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자고 일어나도 그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자고 일어난다고 달라질 문제가 아니어서 그랬는 지도 모른다.
한번 이런 마음에 사로잡히니 모든게 엉켜버렸다. 애써 공부를 해보려고 해도 손에도 잘 안잡히고, 삶에 대한 회의감도 급성 우울증이라 할 만큼 갑자기 몰아쳤다. 28살이라는 나이, 미완성으로 끝나버린 나의 꿈, 아직은 불확실한 미래, 언제까지 뒷바라지를 해야하냐는 아빠의 한탄이 머릿속을 흔들었다.
현실감이 무력하게 나를 짓눌렀다. 현실을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여태 애써 마주하려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맞이한 이 감정은 나를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감정에 맞써 싸우는 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아빠가 했던 몇몇 말들은 결국엔 마음 속에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더 나를 괴롭게 했을 지도 모른다.그렇게 무력한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날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런 감정은 계속 쌓여갔고, 결국 저녁에는 감정이 너무 소용돌이쳐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꼈다. 뭔가 세상이 뒤틀린 기분이었다. 살기 위해 여자친구와 친구들,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억눌렸던 감정을 쏟아내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그제서야 마음 속의 먹구름이 걷혔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만, 때로는 홀로는 이겨낼 수 없는 시련도 있는 것 같다. 힘들 때 전화를 걸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이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마지막엔 한번 더 용기가 필요했다. 아빠에게 다시 이 얘기를 꺼내는 것.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약간 투닥거리긴 했지만 사과도 받고 잘 해결한 것 같다. 뭐 부모 자식 사이가 다 그렇지. 싫어도 좋아도 가족인 것을...
아빠와 긍정적인 영향을 좀 더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도 나도 부모 자식은 처음이라 서툰 것 같다.나는 개인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몇몇 사람들이 아니면 개인적인 얘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다만 이번 에피소드는 워낙 마음앓이를 크게 하기도 했고, 언젠가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이 글을 보고 힘을 내고 싶어 기록을 남긴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누군가에겐 힘이 될 수 있는 존재란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직은 안개 속을 걷고 있지만
이전과 다른 시대가 되었다. 이전엔 정보 자체가 힘이었지만 이젠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다. 질낮은 정보, 가짜 정보, 부정적인 정보도 너무 많은 세상인 것 같다. 이제는 단순히 많은 정보를 모으기보단, 들어오는 정보의 질을 판단하고 내게 필요한 것을 적절히 받아들일 수 있는 통찰과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새로이 택한 이 직업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가장 앞에 존재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이 시기야말로 프로그래밍 등을 배우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든다. 질좋은 무료 강의도 정말 많고, 강의 형태가 아니어도 90% 이상의 정보를 검색 몇 번이면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어도 누군가는 정말 어렵게, 전공자들도 헷갈리게 설명하는 방면 어떤 사람은 그 분야를 아예 모르는 사람도 영상 한 번만 보고나면 얼추 따라하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으니 나에게 딱 맞는 정보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여튼 뭐가 됐든, 결국은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좀 더 목표에 집중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오늘도 혹사 당하는 나의 크롬 페이지 창
내가 할 수 있는 건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 하나 뿐인 것 같다. 매일 배운 것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Github라는 개발자 전용 클라우드(?)저장소 같은 곳에도 최대한 하루에 한 번씩 강의에서 배운 것들, 프로젝트들을 올리고 있다. 규칙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최대한 계획적으로 일과를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집안일도 하니 하루가 꽉 찬다. 조금 더 멀리갈 수 있는 에너지를 쌓는 과정인 것 같다.당연한 것이지만 잊고 있던 것, 지금의 나는 처음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처럼 바닥이라는 사실을 늦게나마 깨닫는다. 굳이 절망할 것도 없는 것 같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다시 한 번 기반을 다지고 새롭게 쌓아올릴 뿐. 정말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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