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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신혼입니다일상 2022. 12. 15. 19:37
마지막 글을 쓴 뒤로 거의 3~4달이 지났다. 사실 10월 말쯤에 새 글의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집도 구하고, 이사도 하고,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하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가버려 12월이 돼서야 글을 쓴다.
몇 달 사이에 정말 많은 게 변한 것 같다. 날씨, 거주지, 생활, 새 가족까지.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가족과 이사가 아닌가 싶다. 11월 중순쯤 13살 때부터 살던 정든 아파트를 떠나 아내(!),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새 둥지를 틀었다. 결혼생활은 당연히도(?) 처음이고, 반려동물을 키워보는 것도 처음인지라 하루하루 새로운 기분으로 지내는 중이다.부부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여자친구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결혼식도 아직이고, 취직도 아직이고, 갈 길은 멀다만 앞으로 평생 함께할 동반자가 생겼다는 것은 정말로 든든하다.
함께 잠들고 함께 일어난다. 감정을 공유하고, 습관을 만든다. 함께 꿈을 꾸고 함께 숨 쉰다. 어떤 소스를 살지, 물건을 어디에다 둘지, 이런 시시콜콜한 고민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꿈을 꿀지, 이런 큰 고민까지 함께한다. 내 결정엔 아내가, 아내의 결정엔 내가 반드시 고려되어 있다.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아침에 부스스하게 일어나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하루를 시작하고 있노라면, 주방에서 뭔가 분주히 만드는 소리가 난다. 이내 아내가 뚝딱 아침 식사를 만들어 준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그새 점심이 되고, 둘이 돌아가며 식사 준비를 하고, 상을 차리고 함께 넷플릭스를 보며 밥을 먹는다. 누군가 식사 준비를 하면, 설거지는 다른 한 사람의 몫이다. 사람 둘, 고양이 하나 사는 집인데 참으로 분주하게도 보낸다. 틈틈이 집안일, 개인 업무, 취미 생활들을 하다 보면 시간도 쏜살같이 지나는 것 같다.
물론 행복감 사이로 거대한 책임감 또한 느껴진다. '아버지는 어떻게 우리 집을 이끌었을까?', '내가 가장이라니, 괜찮은 걸까?', '부모님들처럼, 부모님이 내게 해준 것처럼 나도 내 아내에게, 내 자식에게 해줄 수 있을까?', '돈 들어갈 곳은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같은 고민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젠 이런 고민 또한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가족이 있기에, 다시 일어나서 툭툭 털고 한 걸음을 옮겨본다.멋진 남편 되기
아내는 생활력이 정말 좋은 사람이다. 꼼꼼하고 섬세하게 집안을 꾸미고, 먼지 한 톨 쌓이지 않게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살면서 그런 것을 배울 기회도 없었고, 그냥 손 가는 대로 살아와서 그런지 함께하게 되며 새로운 일을 많이 겪은 것 같다. 텅텅 빈 신혼집이었는데, 둘이 끙끙대며 가구, 전자제품, 옷, 소품들을 밀어 넣다 보니 어느새 집이 알차게 채워졌다. (shout out to 당근마켓, 오늘의 집, 다이소 and 무인양품)
새로운 집에는 많은 규칙이 존재한다. 빨래하는 법, 설거지하는 법, 청소, 옷 관리 등 지칠 새도 없이 매일같이 새로운 일이 생긴다. 나 또한 살면서 자취도 해보고 하며 얻은 알량한 요령은 있지만, 사실상 아내에게 항상 배우는 자세로 가사에 참여한다. 나름대로 적응하고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보며 우리 둘 다 뿌듯함(?)을 느낀다. 가사노동은 정말... 생각보다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힘도 많이 들어가고, 뭔가 귀찮다고 대충 하게 되면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상냥한 아이
새 가족은 아내뿐만이 아니다. 천사같이 하얀 털을 가진 고양이도 가족이 되었다. 이 고양이와 함께하게 된 것도 사연이 있다.
아내는 결혼 전 잠시 셰어하우스에서 거주했는데, 어느 날 하우스메이트 분이 임시 보호로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그냥 고양이도 아니고 파양을 두 번이나 당한 상처 많은 고양이였다. 처음엔 그저 안쓰럽고 귀여우니, 아내가 녀석을 돌봐주다가 그새 정이 들어버렸다. 게다가 만약 우리가 데리고 가지 않는다면 이 녀석은 보호소로 돌아가 안락사가 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함께 살기로 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그냥 '냥이'라고 불렀는데, 아무래도 너무 밋밋한 거 같아서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녀석은 이미 이름에 익숙해져서 '냥이'라고 불러야만 반응한다...! 그래서 '냥이'란 글자가 들어간 이름을 생각해보다가, 상냥한 고양이가 되었으면 해서 '상냥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나는 이사를 하고 난 뒤 처음으로 상냥이를 만나게 되었다. 상냥이는 겁도 많고 상처도 많은 고양이라 다가가는 과정이 정말로 조심스러웠다. 처음엔 눈만 마주쳐도 곧바로 도망을 갔는데, 볼도 만져주고, 변도 치워주고, 간식도 주고, 보조지만 집사(?) 노릇을 하니 그나마 요즘엔 전보단 조금 덜 경계하는 것 같다. (물론 다가가면 여전히 도망간다)
아침에 눈 뜨면 '냐옹~'하며 우릴 바라보고 있는 상냥이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볼하고 엉덩이를 열심히 토닥여주다 보면 골골송을 불러주는 것도, 나름 상냥이와 함께 사는 재미인 것 같다. 우리 얼른 친해지자!캠핑 문외한, 3박 4일 캠핑 행사에 가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내게는 캠핑 유튜브를 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어느새 동료 유튜버들도 생기고, 구독자들도 많이 생겨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무려 3박 4일짜리 행사였는데,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었다.
행사 전날 먼저 도착해서 준비를 하는데, 구독자분들한테 드릴 선물, 행사 세팅 등을 하다 보니 하루가 훌쩍 가버렸다. 열심히 정리하고 침대에 누우니, 내 친구의 구독자였지만 마치 내 구독자들이 오는 것 같은 설렘이 느껴졌다.
다음날,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그날 친구와 나 모두 처음으로 친구의 구독자분들을 보게 되었는데, 나야 초등학교 때부터 본 사이니까 친구를 봐도 별생각이 없었지만, 구독자분들은 연예인 보듯 친구에게 열광해주셨다. 그런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나도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잠깐 기분이 묘했지만, 그럴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구독자분들도 챙기고, 물건도 나르고, 주방 보조도 하고, 촬영도 하고, 분위기 메이킹도 하고, 진행도 하고, 친구 역할도 대신하고, 어쩌다 보니 음향 쪽도 맡고, 그걸 다 해가며 친구도 돕고 하니 정말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능력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간만에 '할루시'란 이름으로 불리니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 것도 오랜만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당연한 거지만 구독자분들은 친구를 보러 오신 분들이기에, 상대적으로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그런 섭섭함은 금방 날려버리고, 좀 더 친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했다.
나름 만족스럽게 다녀온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뭔가 다른 세계(?)를 느끼고 온 것 같다. 사실 거기 있는 분들은 모두 캠핑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인데, 나 홀로 그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지라 외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재밌는 장면들이 많았다. 다들 값비싸거나 구하기 힘든 텐트, 장비를 보고 열광한다든지, 난로 얘기를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이라든지, 캠핑, 그리고 내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열정, 에너지를 많이 느꼈다. 친구가 유튜브를 하는 덕분에 영상 안에 결과물도 남아있고, 재밌었다! (두 번은 못 가겠다.)에어팟 맥스 소동
지난 여름 사기를 당하고 다시 구매했던 에어팟 맥스, 드디어 사기를 쳤던 사기꾼 놈(들)이 잡혔다! 7월쯤에 벌어진 거래였는데, 10월은 돼서 잡힌 것 같다. 더치트 페이지로 가서 조회해보니 그간 사기 친 인원만 350명가량에 사기 금액도 몇천만 원을 넘기는, 정말 프로페셔널한 사기꾼들이었다. 경찰에 주섬주섬 프린트해서 증거 제출하고, 진정서 쓰고, 배상명령 신청서 쓰고... 사기 당한 건 난데 손은 손대로 가고... 과정들 하나하나가 부글부글 끓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정의가 구현되어서 다행이다!
P.S. 결국 다른 사람에게 다시 구매했던 에어팟 맥스는 사용하기 너무 불편해서 한 2개월 쓰다 팔아버렸다는 웃픈 결말 ^^... (에어팟 프로 2가 최고)험난한 취업길
행복한 신혼 생활을 제외하면 요즘에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당연히 취업이다. 최근 몇 달 바빴던 이유기도 하고.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당장에 직업이나 수입이 없는데 책임질 가족이 생겼으니 부담감이 말이 아니다.
올 1월에 당차게 새로운 삶을 살겠노라 선언하고, 3월 말에 운 좋게 AI 관련 교육과정에 합격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몆 주 뒤면 이어드림스쿨 과정이 마무리된다. 7월에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현재까지 꾸준히 데이터 분석 관련 공부도 하고, 포트폴리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괴로운 시간이다. 취준을 하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직업이 나에게 맞을까 하는 불안감, 경쟁 상대에 대한 불안 등이 나를 조금씩 괴롭히고 있다. 혼자였으면 견디기 어려웠겠지만 가족들, 친구들이 나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모습에 다시 힘을 내본다.
다행인 건 이어드림 측에서 매치해준 멘토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과 두 번 정도 상담을 진행했는데, 한 달 전에 진행했던 상담에서는 문자 그대로 팩트로 두들겨 맞았다. 열심히 만들었던 포트폴리오에 대해 정말 냉정하게 피드백을 해주셨고,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한참 이사하고 할 때라 멘탈을 수습하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홀로, 때로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달 동안 피드백을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진행한 멘토링에서 멘토님과 좀 더 발전한 대화를 나누며 나름 성과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추진력을 발휘해서 얼른 매듭을 짓고 싶다.
틈새로 스며드는 무지개처럼
요즘 나는 반쯤 웃고 있는 상태다. 활짝 웃기엔 걱정이 많아서 조금, 입꼬리가 내려가기엔 또 너무 행복해서 조금. 삶의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진 것 같다. 물론 기름이 간당간당한 데 주유소가 잘 안 보여서 불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상에 차가 있으면 주유소도 존재하듯이, 내가 살아갈 삶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일할 곳 또한 존재할 것이다. 다음 주유소까지 갈 정도여도 좋으니, 얼른 주유소가 보였으면.
이사하던 날, 이삿짐 정리가 힘에 부쳐 짐 더미를 밀치고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누워버린 우리의 눈가에 쏟아지는 햇빛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났다. 정말 우리가 결혼했구나. 함께 사는구나.푸른 하늘과, 쏟아지는 빛과, 따뜻한 온기가, 쉽사리 잊히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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